인간의 판단과 행동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를 통해 공정하다는 착각과 '닻 내림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 주제는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마주치는 현상으로, 이를 이해함으로써 우리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더욱 선명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정하다는 착각 ‘닻 내림 효과’
인간은 ‘기준점’의 영향을 받는다. [서유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숭이 손오공은 사람의 지식과 힘을 상징한다. 자만심이 강했던 손오공이 부처님과 내기를 한다. 신통력으로 땅 끝까지 가보겠다는 것이었다. 손오공은 근두운에 올라타 대륙을 뛰어넘어 오봉(五峰)의 산까지 날아가 자신이 이겼다고 확신했으나 부처님 손바닥에 머물러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마침내 손오공은 겸양을 배운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능력은 손오공과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제아무리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이라는 말처럼 문제 해결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등학생 실험: 닻 내림 효과의 발견
다음 곱셈식의 값이 얼마인지 계산기 없이 5초 안에 답하시오.
A집단: 8 × 7 × 6 × 5 × 4 × 3 × 2 × 1
B집단: 1 × 2 × 3 × 4 × 5 × 6 × 7 × 8
두 곱셈식의 값은 똑같이 40,320이지만, A집단과 B집단의 답은 매우 다르게 나왔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A집단의 답이 B집단의 답보다 4배 이상 컸을까요?
이 현상을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합니다. 기준점이 작은 B집단이 제시한 답은 기준점이 큰 A집단이 제시한 답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닻 내림 효과의 의미와 영향
닻 내림 효과는 배와 닻의 관계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배는 바다에서 한 곳에 멈출 때 닻을 내려 배를 고정합니다. 이제 배는 닻을 중심으로 닻줄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움직일 뿐입니다. 사람의 뇌가 하는 조정 작업도 이와 같다는 것입니다.
닻이 내려진 위치가 결정의 관건
닻 내림 효과를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하나 더 있습니다. UN 회원국 가운데 아프리카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인지를 실험 참여자에게 질문했습니다. 돌림판의 숫자가 무의식중에 닻으로 작용했고, 실험 참여자들이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을 추정할 때 닻을 기준으로 해서 조정한 탓입니다.
전문가도 피하지 못한 ‘정박 심리의 덫’
닻 내림 효과는 부동산 중개업, 판사의 판결 등 전문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집의 정확한 가치를 모르는 상황에서 높게 설정된 닻(희망 판매 가격)을 접한 중개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주택의 긍정적인 측면이나 장점에 더 많이 이끌리고 주택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중개업자를 임의로 네 집단으로 나누고 그 주택의 상세한 정보가 담긴 10쪽 분량의 자료를 나눠줬다. 자료의 모든 내용은 한 가지만 제외하고 같았다. 유일한 차이는 주택의 희망 판매 가격을 다르게 설정했다는 점이다. 자료를 정독한 후 20분 동안 해당 주택의 내외부와 인근 지역을 살펴보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중개인에게 주택의 가치가 얼마라고 생각하는지 각자의 평가 금액을 제시하도록 했다.
희망 판매 가격이 12만 달러라는 정보를 받은 집단에 속한 중개인은 주택의 가치를 평균 11만 달러로 평가했다. 반면에 희망 판매 가격이 15만 달러라는 정보를 받은 집단에서는 평균 13만 달러라는 후한 평가가 나왔다. 같은 주택에 대해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내린 평가가 희망 판매 가격(닻 또는 기준점)에 따라 달라진 것이다.
닻 내림 효과의 영향 말고는 해석하기 힘든 결과이다. 전문가도 닻 내림 효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집의 정확한 가치를 모르는 상황에서 높게 설정된 닻(희망 판매 가격)을 접한 중개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주택의 긍정적인 측면이나 장점에 더 많이 이끌리고 주택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실험도 있다. 여러분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공정하고 신중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판사의 판결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정말 그럴까.
이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경험이 풍부한 판사를 실험 대상자로 끌어들였다. 판사를 두 집단으로 나누고 특정 사건에 대한 자료를 제공했다. 여기까지는 집단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 상태에서 한 집단에는 이 사건에 대해 검사가 12개월을 구형했다고 알려주고, 다른 집단에는 검사가 34개월을 구형했다고 알려줬다.
이제 판사에게 판결을 해보도록 했다. 동일한 사건이고 같은 내용의 자료를 읽었으므로 두 집단 사이에 형량의 차이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검사의 구형량이 12개월이었던 집단에 비해서 34개월이었던 집단의 판사가 내린 형량이 평균 8개월이나 많았다.
구형량이 닻이 됐기 때문이다. 경험이 풍부한 판사들조차 닻 내림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판사에게 검사의 구형량이라고 알려준 것은 실은 법과 전혀 관계없는 컴퓨터 전공 대학생이 정한 구형량이었다.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결론
닻 내림 효과는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이를 이해하고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닻 내림 효과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판단과 행동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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